[스크랩] 斷酒斷想,,,,, 술을 끊으려 가끔 해보는 생각
하늘을 화선지 삼아
흔들리는 마음 그리는데
첫 사랑 같은 개나리는
황금 빛 새싹 머리에 둘렀구나,
금년 운세 답답하여
앞으로 가지 못하고 뒤로만 가니
맑은 바람 소리에 풍욕하고
술은 끊어 보련다.
天 空 宣 紙 畵 春 心 初 戀 連 翹 戴 嫩 金
退 不 如 前 身 數 鬱 籟 淸 風 浴 罷 醪 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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斷想(단상) 생각나는 대로의 단편적인 생각
宣 紙 (선지) 종이의 일종. 동양식 서화에 쓰임
連 翹 (연교) 개나리
嫩 (눈) 고울눈, 싹
退 不 如 前 (퇴불여전) 如.. 여기에서는 갈 여.
身 數 (신수) 한 몸의 운수
籟 淸 (뢰청) 맑은 바람 소리
罷 醪 斟 (파료짐) 그만둘파. 막걸리 료. 술따를 짐,짐작할짐.
가끔씩 술을 끊고 한동안 맑은 정신으로 세상사와 함께하고 싶을 때가 있다. 술 좋아하는
사람들의 말은,,,, “ 술 먹은 다음 날 아침의 속 쓰림 까지 사랑한다,,,,,,,” 이지만, 이제
가끔씩 얼마간의 단주가 필요하다. 부활절을 앞에 두고 재(灰)의 수요일부터
사순 기간 동안, 50 여일을 금주하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희생(?)해 보기도 하여
3-4 년을 계속했던 때가 생각난다.,, 그 나름 의미 있었던 기도 생활이었다.
다시 일상이 무의미해지고,,,
그래도 개나리 싹은 첫 사랑인 양 얼굴을 내민다.
생강나무, 산수유도 노란 꽃이 핀다. 이렇게 봄은 오는 모양이다.
마음은 퇴불여전이다. 앞으로 전진은 옛 일이고, 자꾸만 뒤로 간다.
판소리 적벽가 중에서, 적벽화전에 주유 노숙에게 참패하여 말을 타고
도망가는 조조를 묘사하는 사설을 보면,,,,
-전략-
“,,,,,,, 주유 노숙이 축지법을 못 하는 줄 알었더니 마는 , 오날 보니 축지법을
하나 보다,,, ,이 말이 왜? 퇴불여전(退不如前)이 되야,, 앞으로는 아니 가고, 적벽 강으로만
뿌드으득 뿌드으득 들어가니,,, 이것이 웬 일이냐?,,,
-승상님 말을 거꾸로 탓소,,,
-언제 옳게 타겄느냐. 말 모가지만 쏙 빼다가 얼른 돌려다 뒤에다 꽂아라,,,,
나 죽겄다, 어서 가자. ,,,,,,,,,,,,,,,,,,“
- 후략 -
안절부절 하는 모습이 싫어지고, 조조가 말을 타고 도망가는 모습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서 마음을 잡아본다.
봄이 시작됨과 동시에 2 달 정도 술을 끊을 예정이다.
술을 끊고 참아 보는데서 고통을 느껴서, 세상사에 의미를 부여하고.
다시 술을 시작하는 날에 그 짜릿한 술 맛을 즐겨 보려고 한다.
酬酌 - 斟酌 - 參酌 으로 이어지는 술의 세계를 잠시 떠나 있어 봄도 의미 있는 일이다.
오는 5월 말 까지, 금주 한다,,,, 이렇게 주위에 선포해 버린다.
며칠간 찾아 올 금단 현상이 기쁨이다.
2017.3,23. 思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