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斷酒以後.... 술 끊은 그 이후,
갑자기 술 끊으니
그 사연 물어 오는데
‘그냥’ 이라 선문답 하니
마음이 바로 선을 하네,
정신 기력 모두 느긋하니
어찌 마시지 않으리오.
보리 패기 전에
그대와 즐겨 마셔 보리라.
忽 然 避 酒 問 其 然 禪 答 無 端 意 是 禪
精 氣 俱 遲 胡 不 酌 與 君 豪 飮 麥 開 前
아침이면 지나가며 보는 가락시장 건너 탄천 둑의 개나리는 매일 매일
옷을 갈아입는다. 머리에 황금 띠를 두르고 이른 봄바람 맞으며 서 있을 때에는
노란 꽃 잎이 감기라도 걸릴까? 염려 했던 날이 엊그제이런가?
이제 새 색시 綠衣紅裳(초록저고리에 붉은 치마)을 본 따서 黃衣綠裳(노랑 저고리에 초록치마)
차림으로 차려 입었다. 며칠 가지 않아 노랑 저고리는 벗고 위아래 모두 푸릇푸릇해 지겠지,,,
지난겨울은 눈도 별로 오지 않은 채 바삐 가버렸고, 이 봄도 그냥 갈려나 보다.
봄비도 별로이다. 가수 박인수가 늙고 병들어 “봄비” 노래를 부르지 못해서일까?
勺水不入(작수불입- 한모금의 물도 마시지 않음) 이 문득 머리를 스쳐가서.. 그냥.
술이라도 얼마간 끊어 볼까?,,,,하여 시작한 禁酒 ,,, 벌써 3 주일이 지나갔다. 몸도 마음도 편하다.
마음으로는 5월 말쯤에나 다시 시작해 볼까?,,, 하고 생각해 본다.
술을 잠시 끊어 보면 표현하기 어려운, 알 수 없는 재미가 또 있다.
신기독(愼其獨)을 실천(?)하여 홀로 있을 때 삼갈 줄 아는 법도 조금씩 알아가 본다.
술 끊는 기간이 너무 길어지면 우울해지고, 시름이 깊어질 수 있으므로, 보리 패고
익어 갈 무렵에 많이 잡히고, 쫄깃쫄깃한 보리 숭어에 시원한 막걸리, 또는 소맥으로
시작하여, 맥주잔에 소주 반병 부어서 얼른 마시고, 빈잔 들고 친구 눈치 살필
5월 말쯤을 기다려 보는 재미도 솔찬하다.
금단 현상인지,,, 알고 지내는 사람을 만나면 “나 지금 술 끊고 있다”는 말부터 시작한다.
이번 주말에도 결혼식장에 가면 콜라로 와인 색갈 맞추고, 맥주잔에 생수 부어서
소주 처럼 몇 잔 마셔 볼 예정이다.
2017.4.12. 思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