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수이후 한시

欲所遣懷(내 마음 달래고저,,,)

아우구스티노박 2024. 10. 15. 11:47

 

 

 

(1)

 

맛있고 따뜻한 칼국수가 즐기고 탐하기에 으뜸이라서

명동 맛집을 여러 번 찾았었다

성당으로 천천히 걸어가서 모퉁이에 우두커니 서 있으면

비둘기 떼 모이 찾으며 사귀자고 말 붙여온다.

 

美溫折麵樂貪元(미온절면락탐원)

明洞名家訪數番(명동명가방수번)

徐步聖堂隅佇立(서보성당우저립)

鳩群覓食願交言(구군멱식원교언)

 

(2)

 

당구 친구들 모임 떠들썩하다가

술자리 파하고 날 저물어 각자 해산하는데

갈 곳 불명하여 모두 생각은 말처럼 달리고

휘황찬란한 야경에 내 마음은 설레는구나.

 

撞球親舊會同喧(당구친구회동훤)

解散人人酒罷昏(해산인인주파혼)

去處不明皆意馬(거처불명개의마)

輝煌夜景我心猿(휘황야경아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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遣懷(견회) 속마음을 풀다. 나를 달래다.

折麵(절면) 칼국수

鳩群(구군) 비둘기 떼

酒罷(주파) 술자리 끝난다..

意馬心猿(의마심원)‘생각은 말처럼 달리고 마음은 원숭이처럼 설렌다.’는 뜻으로,

사람의 마음이  세속의 번뇌와  욕정 때문에 항상 어지러움을 이르는 말.

 

****

 

종로, 명동, 충무로 등에서 직장생활을 했던 젊은 날이었다. 지금도 가끔이지만, 전철 타고 시내 나가면 그냥 좋다.

충무로역에서 내려 명동 한복판까지 걸어가면 살아있음을 느낀다..

명동 칼국수를 혼자서 즐김도 나쁘지 않다. 그 북새통 속에서 고독(?)을 느낄 시간도 없이 칼국수를 먹고 나서,

조용히 명동 성당으로 오른다.

비둘기 떼들이 반기고 서로 몇 마디씩 주고받는다.

 

요즈음은 한강의 노벨상 수상 소식이 나를 달래 준다. 보수와 진보들의

수상에 대해 노닥거림(?)이 심상치 않다. 큰 잔칫집에 와서 술상 뒤엎어

버리는 일에 눈살 찌푸려지지만, 나를 달래 본다. 意馬心猿이다.

 

2024.10.15.思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