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들어 늦게 일어나니
국화 향기 가득한데
오늘 일정 보고 나니
커피 생각나는구나.
붉은 사과 껍질 벗기고
단감 맛이 있고
청포도 계란 프라이에
옛 친구 시를 곁들인다.
마루 동쪽 밝아서
인자로운 마음 생겨나고
서창으로 햇빛 반사되어
서기를 옮겨온다.
눈 씻고 보아 좁은 견식을
북쪽 우물로 보내고
마음 비워 헛된 꿈을
남쪽 울타리 너머로 보낸다.
영생 장수는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니
남은 생애 편안하도록
선함으로 다스려 본다.
노욕을 순탄 평화롭게 함이
나의 소원이요
어린아이 같은 어리석음을
물리침이 우리 모두의 기쁨이로다.
어제는 의로움을 잃고
누구를 따라갈 것인가를 걱정하고
오늘은 인자함을 알아
누구를 불쌍히 여길까를 생각한다.
새벽부터 내자는
자질구레한 일로 번거로운데
슬며시 안아주니
고운 눈썹 찡그리며 웃어 주는구나.
秋 來 慢 起 菊 香 時 一 瞥 日 程 珈 琲 飢
紅 玉 剝 皮 甘 柹 美 靑 葡 煎 蛋 舊 朋 詩
軒 東 昱 耀 慈 心 動 窓 西 輝 光 瑞 氣 移
洗 眼 管 窺 輸 北 井 虛 懷 夢 想 送 南 籬
永 生 長 壽 不 能 期 餘 命 康 寧 以 善 治
老 慾 順 和 吾 固 願 童 蒙 擊 滅 總 歡 僖
昨 憂 失 義 追 隨 孰 今 慮 知 仁 惻 隱 誰
自 曉 家 人 煩 雜 事 簡 單 抱 擁 笑 蛾 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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珈 琲(가배) 커피(coffee)
煎 蛋(전단) 달일 전. 새알단. (중국어) 계란 프라이
紅 玉 (홍옥) 붉은 빛깔의 옥 ②사과의 한 품종. 겉껍질은 아주 붉고, 신맛이 있음
甘 柹 (감시) 단감. 단감나무의 열매
昱 耀 (욱요) 밝게 빛남
管 窺 (관규) 대롱 구멍으로 표범을 보면 그 가죽의 얼룩점 하나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뜻에서,
견식이 좁음을 이르는 말
以管窺天(이관규천) 대롱을 통해 하늘을 봄이란 뜻으로, 우물 안 개구리 井中之蛙 (정중지와)
우물안 개구리라는 뜻으로, 세상 물정을 너무 모름
蛾 眉 (아미) 「누에나방의 눈썹」이라는 뜻으로, ①가늘고 길게 곡선을 그린 고운 눈썹을 두고 비유하는 말. ②미인의 비유
어느 가을 아침, 이제까지 끙끙거려 작시한 배율 한수를 마치고 나니 후련하다.
옛날 과거 시험에서 排律 한시는 어떻게 썼나를 인터넷에서 찾아보다가
율곡 이이 선생의 천도책(栗谷 李珥 天道策)- 1558년 명종 별시 과거 장원급제 답안에 접하게
된다. 그의 천재성에 놀라고, 어려운 문제를 내어서 수험생들을 골탕(?) 먹인
시험관들도 놀랍다.
(問)이 天道難知亦難言也. 日月麗於天. 一晝一夜 有遲有速者.孰使之然歟.,,,,,,,
( 천도는 알기도 어렵고 말하기도 어렵다. 해와 달이 하늘에 달리어 하루 낮 밤을
운행하는데 더디고 빠름이 있는 것은 누가 시켜서일까,,,, ,)로 시작하고..
율곡 선생의 명문장 답안인 (對)는 또 이렇게........
(對)는 上天之載。無聲無臭。其理至微。其象至顯。知此說者。可與論天道也,,,,,,,,
(상천(上天)의 일은 무성무취(無聲無臭:하늘이 하는 일은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다는 말)하여
그 이(理)는 지극히 은미 하나 상(象)은 지극히 현저하니 이 설(說)을 하는 사람이라야
더불어 천도를 논할 수 있습니다. ,,,,)로 시작하고 있다.
천재들의 노는 모습을 곁눈으로 살펴봄이 머리가 아플 따름이다.
물론 500여 년 전의 문장이라 지금 현실과 동 떨어진 이치들로
글을 채우고 있어 안타깝기도 하지만, 전개해 가는 논리에는 입이 딱 벌어집니다.
얼마 전에 다시 읽은 책- 칼 세이건의 COSMOS(우주)와는 - 너무나 차이가 나는 현실이어서
한편으로는 슬프기도 합니다.
내가 농담으로 던지는 말들... 왜? 밥 먹으면 배부르고,, 술 먹으면 취하지?,,,, 에
답해주는 친구들에게 이제 물어볼 문제들이 더 생겨났다.
왜? 해와 달은 하늘에 걸려있고..... 바람은 어디서 시작하고 어디로 가는가?
비와 눈은 왜? 땅으로 내려오는가?
형님,... 몸이 약해져서 술이 취한다고 답해줬던 그 동생의 답은 무엇일까?
겨우 한수 찾아본 김병연(김삿갓)의 장원급제 한시는 지금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근체시의 일운 도저 , 평측, 대구 등과는 너무나 거리가 있는. 그냥 古詩라 하기에도
민망하다. 조금 더 노력하여 옛 과거 시험의 명시들을 찾아볼 예정이다.
詩가 전공(?)인 수험생에게 天道策을 논하라....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松江 정철도 이 시험에 낙방하고 2년 뒤에야 급제하셨다 하니, 그때의 급제 시를
찾아봐야 할 일이다.
과거시험 장원급제 漢詩 모음집 이란 책이 출판되어있지 않을까?
2017.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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