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순이 혼례 청을
멋있게 꾸며 주는 꽃.
기다림과 순정으로
눈 속에서 빨갛게 피어나는 꽃.
한 떨기 꽃으로 그 속과 겉을
어찌 다 말할 수 있으랴?
내 어머니 동백기름 머리 내음새
코 끝 시리게 하는구나.
順 伊 嘉 禮 飾 粧 花 苦 待 純 情 赤 雪 葩
安 道 一 叢 全 表 裏 柏 油 先 妣 鼻 寒 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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嘉 禮 (가례) 혼례
葩 (파) 꽃 파
柏 油 (백유) 동백기름
先 妣 (선비) 세상을 떠난 어머니
꽃이 떨기 채로 떨어지는 것이 어디 동백 꽃 뿐일까 마는, 그 붉은 꽃이
떨어져 질퍽하게 뒹굴고 있음을 보면 처연해 진다. 짙은 녹색 잎사귀 틈
바구니에서 붉게 피어올라 뽐냄과 부끄러움을 함께 갖추고 휜 눈 속에서도
누군가를 기다리는 순백함이 돋아난다. 휜색 수술대 위에 노란색 꽃 밥은
내가 해병일 때 빨간 바탕에 노란 색으로 이름을 써서 달고 다닌 이름표를
떠올린다.
청마 유치환 선생이 “청춘의 꽃” 이라 노래한 동백은 땅에 떨어져 한번 더 피어
나는가 보다. 봄이 오고 있으니까 동백도 멀지 않아서 다 떨어지겠구나.
겨울이 가고 봄이 오려할 때쯤이면, 시골 집 앞마당에 하얀 차일 치고 펼치는
혼례식에는 의례히 동백 꽃 나무 베어 와서 병풍치고,,, ,,신부 출(出),, 신랑 재배,,,
등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동백꽃의 향수가 그리워져서 친구 몇 명과 함께 남도 동백 투어를 3월 말로
기획했다. 할머님, 어머니의 동백기름 머리 향수 맡아 보려고 떠난다.
영암에 있는 아크로 골프장에는 2-300년 된 동백나무들이 즐비하다.
떨어진 동백꽃 하나 주어서 모자에 꼿고 라운딩할 생각에 가슴이 뛰어 온다.
2018.3.5 思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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