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수이후 한시

傍石花(석화 옆에서

아우구스티노박 2024. 7. 5. 11:42

 

석화 옆에서

 

어젯밤 대청마루 동편에 꽃잎이 떨어졌다.

은은히 말없이 비추며 아직은 분홍색이어서

청초함이 돌아가신 어머니 모습이로다

슬프구나! 짧은 생, 순간 공허해진다..

 

내 엄마는 무슨 꽃을 좋아했을까?

나팔꽃일까? 들국화이었을까?

미닫이창 앞에서 내려 굽어보니

자작나무 홀로 높고 외롭구나.

 

傍石花

 

落花昨夜大廳東(낙화작야대청동)

隱映無言尙粉紅(은영무언상분홍)

淸楚恰如先妣貌(청초흡여선비모)

哀哉短命瞬間空(애재단명순간공)

 

   我母何葩好(아모하파호)

   天茄野菊乎(천가야국호)

   推窓前俯瞰(퇴창전부감)

   自作木高孤(자작목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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傍(방)곁, 옆 昨夜(작야) 어젯밤

隱映(은영)은은하게 비침. 尙(상)오히려,더욱이.

恰如(흡여)흡사 先妣貌(선비모)돌아신 어머니 모습

哀哉(애재)슬프구나, 何葩(하파) 무슨 꽃?

天茄(천가) 나팔꽃 推窓前(퇴창전)미닫이 창 앞

俯瞰(부감)높은 곳에서 내려다봄.구부릴 부 굽어볼 감

自作木(자작목)자작나무

 

***

아침에 일어나서 거실에 오니·마루에 석화 한 송이 떨어져 있다. 조용히 주어서 옹기 화분 언저리에 올려놓는다. 아직은 살아있는 듯이 싱싱하고 청초하다. 돌아가신 어머니 사진의 얼굴 모습이 겹쳐진다. 잠깐 슬픔 낀 공허함이 스쳐 가고 창밖으로 눈을 돌린다.

 

꽃이 지고 잎사귀가 더 나오려는지 가지 끝에 초록 망울이 맺어있다. 7-8송이 함께 피던 꽃송이들이

떨어지고, 이제 마지막 한 송이 매달려 있다.

수컷(?) 석화는 언제나처럼 꽃을 피우지 못하고,

벌써 새잎이 나오기 시작했다. 석화 옆에 서 있는

내 모습이 석화와 비슷해진다.

 

조금 있으면 미닫이 유리창 너머로 아파트 중앙로를 따라 학교 가는 초·중생들이 보일 것이다.

비 오면 색색 다른 우산일 것이다. 물끄러미 쳐다보면 그냥 좋다.

 

장마가 시작됐다.

 

2024.07.05. 思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