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이후 한시

[스크랩] 秋望---가을의 소망

아우구스티노박 2016. 11. 11. 20:01

 

 

 

가을 경치 샛노랗고

바이올린 선율인데

나이 들어가며 느끼는 상념은

오히려 서로를 가엾게 여기고 동정하누나.

 

시문을 열심히 읽어 속된 마음을 정화하고

맑고 고요한 아침을 자주 볼 수 있다면

어깨 가볍게 하여 무거운 책임 벗어나려나?

 

 

秋 色 深 黃 律 四 絃              老 來 感 想 尙 相 憐

詩 文 熱 讀 塵 襟 淨              多 得 朝 鮮 可 息 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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塵襟(진금)  속(俗)된 마음이나 평범(平凡)한 생각

息肩(식견)   어깨를 쉬게 한다는 뜻으로, 무거운 책임을 벗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

 

 

                                   

 

 

도심 가로수 길에 노랑 은행잎이 나뒹군다. 가을이 깊어 가는 것이다.

책갈피에 그 잎사귀 눌러 놓고 좋아했던 어릴 때 기억이 새롭다.

지금의 은행잎은 주어 담고 싶은 마음은 별로이고,  굴러다니는 은행잎들이 밟히고 눌려,

은행 열매와 함께 냄새나고 더러워서 피해 다니기 일 수이다.

 

엊그제, 충북 제천의 천주교 성지가 있는 배론 성지 길을 찬바람 맞아가며

1-2 시간 거닐며 샛노랗게 물들은 은행 나뭇잎들을  보니, 마음도 노랗게 물들어 갔다.

노랑으로,,,

 

맑은 공기 속의 그녀는 천사의 옷을 빌려 입고 있었을까? 한 두 잎 주어 책갈피

속에 넣어 두고 싶어졌다.

 

가을이 되면 소망은 더욱 낭만적이 되간다. 출판문화 사업을 했던 “청조사” 송성헌 회장이

 먼저 하늘나라에 가기 전에, 조선 중기의 영의정, 김육 의 시를 읊으며 친구들을 저녁 초대했던 기억이 있다

 

 

                      자네 집에 술 익거든 부디 날 부르시소.

                      내 집에 꽃피거든 나도 자네 청하옴세.

                      백년덧 시름 잊을 일 의논코자 하노라

 

 

 

                      君家酒熟必請吾

                        草閣花開亦子呼

                        酌酒看花論底事

                        百年欲得沒憂虞

 

 

우리 동네 문정동에 누추하지만 도미 회 맛있게 떠 주고 매운탕이 너무 맛있는

횟집이 있어,  나도 친구들을 여러 차례 이곳에 불러 모아 함께 했다.

그 때마다 청하는 문구에.  나는,,.

 

(...우리 동네 술 익어 그대 청하노니 그대 집에 꽃 피거든 부디 날 청하소,,)하여,

 

그대 집에 술 익기 기다리지 않고 먼저 청하여 즐기고,

내 집에 꽃이 피길 기다리지 않고 ,,, 또 다른 멤버들을 청하여 매운탕 맛과  함께

가을을 찾아가는 모임을 즐겨 본다.

 

 

이 모임에 . 이 자리에,,, 조용히 거문고,,, 아니 기타라도 한 자락 잡아줄 사람은 없는가?

가을의 소망은 절망을  말하지 않고,  그러나  이뤄지기 어려운 소망을 말한다.

 

그대 집에 꽃 피기 전에 우리 동네 술이 또 익어도 좋겠구려,,,,,,

詩文 많이 읽어 양식하고,  술 먹는  양 과 횟수 줄여  맑은 아침  맞이하는  날이 많아 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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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육(金堉)1580~1658. 자는 백후(伯厚), 호는 잠곡(潛谷).

조선 선조~효종 때의 실학파의 선구자로서 벼슬이 영의정에 이르렀다.

박학다식하여 해동명신록, 송도지 등 많은 저서가 있다.

 

 

 

2016.11.11  思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