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사세비학문
擊蒙要訣 序
人生斯世 非學問 無以爲人, 所謂學問者 亦非異常別件物事也.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학문이 아니면 사람 구실하면서 살아갈 수 없다. 이른바 학문이라고 하는 것은 정상에서 벗어나거나, 별도로 존재하는 일이 아니다.'
격몽요결 서문 첫문장입니다. 격몽요결을 한 문장으로 줄인다면 서문 첫 문장이됩니다.
처음 격몽요결을 읽을때 위 문장을 읽고 조금은 실망했습니다. 그리고 노홍두 선생님에게서 한 학기동안 격몽요결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지금 다시 그 문장을 읽습니다. 다시 읽은 문장입니다.
人生斯世 非學問 無以爲人
'이 세상에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마땅히 배워야 할 일이 있다.'
조금이라도 가슴에 와닿습니까. 한 문장이 가슴에 오기까지 거의 반년이 걸렸네요. ‘엄마를 부탁해’ 작가는 한 문장을 쓰기 위해 얼마나 고민을 했을지 짐작이 갑니다.
인생사세(人生斯世)
뭐가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 세상에 사람으로 태어나다.” 그냥 평범한 문장입니다. 그럼 “사람으로 태어나다.” 라는 말이 조선시대에 어떤 뜻으로 쓰였는지 생각해 봅시다.
조선시대는 계급사회였습니다. 양반과 상놈, 중인, 노비 등이 있지요. 홍길동전에 보면 홍길동은 양반과 상민의 중간 서자로서 과거시험을 볼 수 있는 양반이 못됩니다. 자연 출세하기도 힘들고요 다만 거주이전의 자유만 있을 뿐입니다. 구운몽을 쓴 서포김만중님이 있지요. 구운몽 주인공인 “양소유”는 스님입니다. 조금은 자유로운 신분이지요. 박씨부인전에 나오는 박씨부인은 여자라는 신분으로 태어납니다. 개인의 능력과 상관없이 행동에 제한이 따릅니다. 정약용님은 과거시험에 합격하여 입신양명하는 위치에 올라갑니다. 정조임금님과 맞대화하면서 자기가 생각한 이상정치를 실현하기도 하고, 요즘 4대강 사업, 한강르네상스과 같은 수원성을 건설하여 신도시 수원을 건설합니다.
모두의 공통점은? 인생사세(人生斯世)입니다. 조선땅에 조선사람으로 태어났다는 점이지요. 그래서 조선사회를 위하여 열심히 일하였습니다. 태어난 신분에 맞는 배움이 있었습니다. 바로 그 인생사세(人生斯世)입니다.
그런데 율곡이이 선생님은 유인입니다. 유학자입니다. 그런데 왜 인생(人生)을 얘기 하였을까요. 그 당시에는 인생이라는 말이 대화중에 자연스럽게 오고갔다는 말이겠지요.
소나 말같은 짐승, 뱀과 같은 파충류, 소쩍새와 같은 조류, 붕어와 같은 어류로 태어나지 않고 사람으로 태어났으며 지금 이 세상에 착한 일을 하고 주변사람에게 자선을 하면 다음 생에는 신분상승이 되어 태어나며, 반대로 악한 짓을 하면 다음 생에는 축생으로 태어나지 하고 생각했단 말이지요. 여러 생을 반복해서 태어나며 사람으로 태어나면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있으며, 또 그렇게 해야만 내세에 저 좋은 집에 태어나고 신분도 상승된다는 생각이 그 당시 사람의 생각이었습니다.
율곡선생님은 격몽요결에서 바로 그 인생을 얘기하였습니다. 바로 그 얘기가 노홍두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고요.
非學問 無以爲人
마땅히 배워야 할 일이 있다.(배우지 않으면 사람노릇을 못한다.)
무었을 배우라는 말인지? 율곡선생님은 우리에게 마땅히 배우라고, 배우지 않으면 사람노릇을 못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배울 것은 특이하고 이상한 것이 아닌 우리 주변의 평범한 것이라는 말입니다.
부모는 부모답게, 자식은 자식답게,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행동하라고 하십니다. 친구간에는 믿음이 있어야지. 믿지도 못하면서 아니 믿지 않으면서 친구라고 하면 곤란하지요.
사자로 태어났으면 초원사바나에서 사냥하는 법을 배우고요, 물고기로 태어났으면 수영하는 법을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는 법을 배우고, 새로 태어났으면 날아가는 법을 배우고, 뻐국기로 태어났으면 노래하는 법을 배우지요.
그러므로 짐승조차도 살면서 배운다. 하물며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의 몸을 받고 태어난 우리는 좀더 고귀한 것을 배워야 하지 않은가.
율곡선생님은 바로 우리 주변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바로 학문이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제 얘기 : 제 아들이 재수생입니다. 수학능력시험, 본고사 시험준비하느라고 학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영어단어, 수학공식외우고 있는데 그런 것도 공부지만, 주변 이웃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도 공부라는 것을 말합니다. 아이들은 집에서 배운대로 학교나 이웃사람에게 대하겠지요.
그리고 제2장 혁구습장을 읽어봅니다. 혁구습이란 습관을 버린다는 말입니다. (참고로 격몽요결은 10장으로 이루어 졌습니다.)
우리가 버려야 할 것. 구습입니다. 이제까지 40년, 50년을 살아왔으며 그때 그때 익힌 습관이 있지요. 버려야 할 습관은 버리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이 버려야 할 것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가정에서 배운 것 중에서 구습은 무었일까요. 가끔 생각나는 것이 아버지가 엄마에게 대하는 태도를 아내에게 대할 때가 있습니다. 조금 무례하게. 그리고 내 생각과 다른 생각에 대하여 직장에서 동료들과 얘기할 때와 가정, 집에서 얘기할 때 다른 점. 마치 집은 내가 힘들여 만든 제국이며, 때문에 아내와 자식은 제국에 속한 식민지처럼 생각이 들어서 나 즉 제왕이 얘기하면 그 얘기는 모두 맞는다는 착각을 할때.
노홍두 선생님께서 한 학기동안 우리에게 얘기해주고 싶었던 얘기가 무었이었는지 알았을 때 저에게는 참으로 "감동" 이었습니다. 노홍두 선생님 항상 감사를 느낍니다. 선생님의 말씀이 아직도 귀가에 서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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