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되면 시골 먼산 이곳 저곳에 흩어져 계시는 선영 묘 벌초할 날 잡기도 일이다.
고향집 낮으막한 싸리 울타리도 생각나고, 집안으로 들어서면 하얀 접시꽃이 내 키보다 컸다.
할머니 장독 물걸레질 하며, 뚜겅 열어 가을 햇빛을 장독 속에 넣을 때, 장독대 뒤에
붉은 앵속(양귀비) 2-3 봉오리 그냥 이쁘기만 했다. 손자 배앓이 걱정하여 심어두고, 그 옆에
키 큰 접시꽃 심고, 하얀 수건 머리에 쓰고 많이 년로하셨던 할머니는 , 조용히 사진 속에 계신다.
담장 앞 대추나무는 바람도 없어서 조용히 대추열매 익혀간다. 돼지우리 속의 새끼 밴 암퇘지도
낮잠 자는 모양이다.
나도 하는 일 없이 문득 깨어 보니 어제 온 손자 , 소파 내 옆에서 잠이 들었나 보다. TV 재잘거리고.
추석 음식 먹기에 지쳐가고, 그냥 그렇다.- 대추나무가 된다.
無爲
仲 秋 伐 草 定 其 時 중추에 벌초하기 좋은 날 정하려는데
忽 憶 家 鄕 短 楛 籬 문득 고향집 키작은 싸리나무 울타리 생각난다
祖 母 負 葵 開 醬 瓮 할머니는 접시꽃 등지고 장독 뚜겅 여는데
牆 前 棗 樹 欲 何 爲 담장 앞 대추나무는 무엇을 하려는가?
楛(호) 싸리나무
葵(규) 접시꽃
醬瓮=醬缸 장독
2014.9.13
'한시속으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往山水畵展示會而慕太平城市-산수화전시회에서 태평성시를 꿈꾸다. (0) | 2014.09.26 |
---|---|
[스크랩] 逍遙松坡川-송파천을 거닐다. (0) | 2014.09.20 |
孟秋感事-초가을에 느끼는 일들 (0) | 2014.09.06 |
[스크랩] 夢時間旅行<시간여행을 꿈꾸다> (0) | 2014.09.04 |
[스크랩] 八月木浦行車上作 (0) | 2014.08.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