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이후 한시

[스크랩] 亡草花順伊.... 망초 꽃 순이

아우구스티노박 2017. 6. 26. 15:51


된장  간장  익어가는   촌마을에
흰둥이   내달리고
밭두둑  가에   망초 꽃
수 없이  외롭구나.

 

노파와   산새들은
구름 따라   지나가는데
내 사랑   순이는   골목  저쪽에서
웃고  있으려나? 

 

 

醬 酵 村 家 白 狗 驅           壟 邊 亡 草 數 千 孤

老 婆 山 鳥 隨 雲 過           彼 巷 順 伊 微 笑 乎

 

 

 

 

                         


                  

 

 

여주   어느 골프장  가는  길에서   빠져나와서,   샛길로,   차가  서로 비켜갈  수 없는
길을   한참   동안을    들어가니   된장 간장  익어 가는   촌가에  도착한다.      최근
개통된     제2 영동 고속도로도    주말이라서인지    밀리는   구간이    많아졌다.

 

된장 간장   독(甕器)이   줄을   이어 서  있다.        메주를  쒀주고   그  메주로   된장, 간장
만드는    과정을   함께  해주는    곳이다.     그  맛이  좋고  깨끗하다.    안 사람이  독에서 
메주를  건져내어   치대어   된장 상태로 하여  독에 넣어둬서  햇볕에  발효,   숙성되도록 둔다.
메주  건져낸   간장은   그대로   숙성 시키고    달이지  않아도   된단다.

 

집  베란다에서도   같은  과정으로  된장 간장   만들었지만 ,  메주가  문제(?)였던지
별로이었기에    지난해부터    이곳 전문 제조처로  와서   체험하며   담가서 ,   오늘은
된장 간장을     집으로 가져가고,    또,    담궈 두는  일이다.

 

여기저기   밭두둑 가,  산자락 밑,  골목길에   망초 꽃(계란 꽃)이    하늘하늘거리고,
나이 든  수녀님,   근처  할머님 몇 분도   함께하며    야채 비빔밥  점심이   싱그럽다.

 

줄지어 있는   옹기  하나하나에    정성과  손맛이  들어가 있다.  그 독 속에  내 삶도  있다.
그  삶의  독을  하나에 채우고,  또 하나에 채우고,,, 채우고,, , 하다가,,    이제    그 독들을
하나, 둘 씩  정리하여   비우고,   마지막   남은   독  중간쯤,    여기저기에   구멍을   뚫어 놓아
새롭게   물을   부어도   반 이상이   채워지지 않는   삶이다.
마음이   편해졌다.      足不足是足( 부족함을   만족함이   바로  만족함이다)를   느껴 본다.

 

오후   늦게  집에  돌아오니  신안 지도에서  보내온  병어가  기다리고 있다.
망초 꽃 보며   된장 치댔던   내 사랑 순이와,  처남,  그리고  위, 아랫집  몇 사람이
집 앞   조그만    식당에서,   마지막  물때에   잡힌   병어회를 즐기며  취하는  여름밤이다.

 

    2017.6.26.     思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