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 간장 익어가는 촌마을에
흰둥이 내달리고
밭두둑 가에 망초 꽃
수 없이 외롭구나.
노파와 산새들은
구름 따라 지나가는데
내 사랑 순이는 골목 저쪽에서
웃고 있으려나?
醬 酵 村 家 白 狗 驅 壟 邊 亡 草 數 千 孤
老 婆 山 鳥 隨 雲 過 彼 巷 順 伊 微 笑 乎
여주 어느 골프장 가는 길에서 빠져나와서, 샛길로, 차가 서로 비켜갈 수 없는
길을 한참 동안을 들어가니 된장 간장 익어 가는 촌가에 도착한다. 최근
개통된 제2 영동 고속도로도 주말이라서인지 밀리는 구간이 많아졌다.
된장 간장 독(甕器)이 줄을 이어 서 있다. 메주를 쒀주고 그 메주로 된장, 간장
만드는 과정을 함께 해주는 곳이다. 그 맛이 좋고 깨끗하다. 안 사람이 독에서
메주를 건져내어 치대어 된장 상태로 하여 독에 넣어둬서 햇볕에 발효, 숙성되도록 둔다.
메주 건져낸 간장은 그대로 숙성 시키고 달이지 않아도 된단다.
집 베란다에서도 같은 과정으로 된장 간장 만들었지만 , 메주가 문제(?)였던지
별로이었기에 지난해부터 이곳 전문 제조처로 와서 체험하며 담가서 , 오늘은
된장 간장을 집으로 가져가고, 또, 담궈 두는 일이다.
여기저기 밭두둑 가, 산자락 밑, 골목길에 망초 꽃(계란 꽃)이 하늘하늘거리고,
나이 든 수녀님, 근처 할머님 몇 분도 함께하며 야채 비빔밥 점심이 싱그럽다.
줄지어 있는 옹기 하나하나에 정성과 손맛이 들어가 있다. 그 독 속에 내 삶도 있다.
그 삶의 독을 하나에 채우고, 또 하나에 채우고,,, 채우고,, , 하다가,, 이제 그 독들을
하나, 둘 씩 정리하여 비우고, 마지막 남은 독 중간쯤, 여기저기에 구멍을 뚫어 놓아
새롭게 물을 부어도 반 이상이 채워지지 않는 삶이다.
마음이 편해졌다. 足不足是足( 부족함을 만족함이 바로 만족함이다)를 느껴 본다.
오후 늦게 집에 돌아오니 신안 지도에서 보내온 병어가 기다리고 있다.
망초 꽃 보며 된장 치댔던 내 사랑 순이와, 처남, 그리고 위, 아랫집 몇 사람이
집 앞 조그만 식당에서, 마지막 물때에 잡힌 병어회를 즐기며 취하는 여름밤이다.
2017.6.26. 思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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